이달 초에 발표한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의 당선작 중 하나인 시 '모시'를 소개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 모시 작업을 하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인데 한산모시관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전시를 추천합니다
작가는 정규범 시인(고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입니다
■ 모시
송천 정규범 (제6회 문학대전 佳作/ 경북일보)
느리면 거칠고
빠르면 연하다
적기에 베어야 한다.
가죽을 벗겨
물속에 숨을 죽이고
일광에 화를 녹이고
바람에 결을 누이고
저 생의 흙을 벗긴다.
너의 심줄을 만들고
이 생에 핏줄을 내기 위해
이로 째고 무릎으로 감으면
나의 혀끝은 갈라지고 베이며
나의 이는 조각나야 했다
무릎 살갗에 줄이 패이고
그 줄 위에 너의 줄을 감는
나의 온몸은 너를 낳기 위한 도구이다.
최적의 습도에 신전을 차려
가로 올 세로 올로
온기와 결을 나눠
사랑을 채워 너의 영토를 넓혀간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장인의 땀과 혼
젊은 대기로 쉼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사랑, 너를 만나 이 생을 건너면
풀은 풀이 아니고,
몸은 몸이 아니고,
결은 결이 아니고,
모시, 너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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