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면 동백정의 동백꽃은 어김없이 피고지고, ‘동백꽃 주꾸미 축제’인파로 동백정 일대가 분주해 집니다.
여름이 오면 부모님 손을 잡고 충남의 3대 해수욕장이라던 동백정해수욕장을 찾던 어릴적 추억이 생생합니다.
울창한 소나무숲속 사이로 뽀쪽지붕을 자랑했던 형형색색 이화여자대학교 별장은 젊은 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동백정 해수욕장 인근에는 1530년 지은 정자 ‘동백정’이 있습니다. 동백정 주변엔 수령이 500년 넘는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169호)이 병풍처럼 펼쳐져 서천의 자랑거리였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젖어있는 동백정해수욕장은 동백나무 숲과 서해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던 곳입니다. 동백정해수욕장의 은빛 모래밭은 서해안의 명사십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동백정해수욕장은 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1978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서천화력발전소가 폐기되고 그 땅에 동백정해수욕장을 복원한다고 했습니다. 어릴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았던 동백정 해수욕장의 추억을 이제는 부모님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백발이 된 머리로 손주들 손을 잡고 은빛 백사장을 걷고 싶은 작은 소망만 남아 있습니다.
이 소망은 서천이 고향인 우리들 모두의 작은 소망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떠합니까?
2023년 3월, 다시 찾은 동백정의 현실은 암담했습니다.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을 위하여 폐발전소 건물을 철거하다만 잔재만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천화력의 위용을 자랑하던 굴뚝은 이미 사라졌고, 마지막 남은 직사각형 건물 하나만 폐허처럼 달랑 남겨져 있습니다.
폐발전소 건물철거과정에서 폭파공법에 따른 소음과 비산먼지에 대한 민원으로 서천군 환경보호과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한 철거공법으로 변경하라고 했답니다. 현장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 건물은 이미 폭파공법을 위하여 건물 하단부의 콘크리트 구조부분을 80%이상 해체하여, 안전문제로 중장비나 인력 진입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렇게 폐허상태로 방치할 건가요?
환경보호과는 안전이나 공사에 대한 책임은 물론 없겠지요.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과 동백정 리조트 건설사업은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동의에 따른 서천군민 피해보상 개념의 댓가로 얻어낸 “신서천 이행협약”에 따른 서천군의 중요 현안정책중의 하나입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중장비 공법이 이미 안전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공사 중지명령이 ‘과장 전결사항’이라는 이유로, 군수에게 보고도 없이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었을까요?
아무리 전결사항이라고 할지라도 5만 서천군민의 숙원사업이며, 서천군의 최대 현안사업인 동백정 해수욕장 복원과 리조트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극행정”이었을까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온 군민의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에 대한 절실한 기대는 무너져 내렸고,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한 공사재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민원해결은 요원해 보이고, 이미 상업운전을 개시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중부발전은 공사중지명령을 내려 빌미를 준 서천군청 환경보호과에 감사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적극행정이나 부서협의 등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일신상의 영달만을 꾀하는 철밥통 공직사회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적폐”라는 지적이 팽배한 현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제 하루하루 백발이 솓구치는 나이이다 보니, 안타까워 한 말씀 올렸습니다.
내 생전에 손주놈 손 잡고 동백정 명사십리 은빛 백사장을 다시 걸어 볼 날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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